자원재활용 혹은 임기응변 - 보쟁의 체스판이있는 정물


정물화다.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한번쯤은 그려봤을 그림. 교실 한 가운데 놓인 책상 위에 꽃병을 두고 몇 가지 물건을 그럴듯 하게 배치하여 그리던 그림. 왜 그때는 정물화를 그릴 때마다 꼭 대파를 놓고 그렸는지... 가끔은 무도 놓고...
하지만 사진은 보통의 정물화랑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베니터스화라고 17-18세기의 정물화로써 그려진 물건 하나하나에 숨겨진 의미가 있는 그림이다.
사진은 루빈 보쟁의 체스판이 있는 정물이다. 갤러리 페이크에서는 이 그림과 관련된 해석을 두 가지로 하고 있다.
그 하나는 사라의 해석이다. 만돌린과 악보는 청각, 카네이션의 향기는 후각, 빵과 와인은 미각의 이미지, 체스 트럼프 핸드백 진주는 손에 닿는 즐거움 즉 촉각, 아무 것도 비춰져 있지 않은 거울은 모든 것의 종말의 암시... 즉 모든 것은 스쳐지나간다, 인생은 허무하고 죽음은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란 의미다.
하지만 후지타는 이 그림을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만돌린은 본래 여성이 연주하는 악기로서 여자를 의미하고 진주는 사치를 의미하므로 사치와 여자 즉 고급 창녀를 뜻한다. 트럼프의 잭은 남자, 트럼프와 만돌린 사이의 핸드백은 돈을 의미한다. 이런 향락을 의미하는 물런들을 그림 앞쪽에 배치하고 아래쪽으로 기울게 하여 종말에 대한 암시를 나타낸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피와 살과 순애를 의미하는 빵과 와인 카네이션은 그림 위쪽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그림은 고급 창녀처럼 찰라적인 생의 향락을 탐하기 보다 신의 사람으로 살아라 숭고한 정신을 위해라는 의미이다.
흠... 뭐... 꿈보다 해몽이 좋은 수도 가끔은 있다지만... 여하튼 대단한 의미를 지닌 그림 아닌가.
그렇다면 중학교 때 그렸던 정물화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파나 무가 가끔은 놓이곤 하던 그 그림... 뭐 별다른 의미가 있을라고... 그때 그때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 쓸 수 있는 능력... 뭐... 자원재활용이나 임기응변 정도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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