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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럽 짝사랑' 이번엔 通할까



터키 '숙원' 이루려 사형제폐지 등 나서
EU 일부 강한 거부감… 佛선 "국민투표"
'키프로스 문제' 양보했지만 갈 길 멀어

 

유럽연합(EU) 25개국 정상들이 터키의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2005년 10월 3일 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터키와 EU는 새로운 역사의 시험대에 올랐다.

흔히 ‘크리스천 클럽’으로 불리며 유럽 통합을 목표로 하는 EU에 국민의 99%가 이슬람 신자이고 국토의 97%가 아시아 대륙에 속하는 터키가 가입하려는 것 자체가 EU로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유럽의 거부감=터키는 이슬람국가 중에서 가장 서구화됐지만 상당수 유럽인들에게는 여전히 문화적, 종교적으로 이질적 존재다. 과거 오스만제국은 유럽과 십자군전쟁을 벌였고, 유럽과 아프리카에 걸쳐 광대한 제국을 형성했다. 이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유럽 역사에 뿌리깊다.

반면 터키는 1923년 국부(國父)이자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공화국을 설립할 당시부터 서구화, 근대화정책을 쓰면서 유럽 편입정책을 추구해왔다.

터키의 ‘EU 짝사랑’도 오래 됐다. 1960년 EEC(유럽경제공동체)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했고, 1987년에 EU의 전신인 EC 정회원국 가입 신청을 냈다. 키프로스문제 등으로 인해 가입이 난항을 겪다가 1999년에야 EU 후보국 자격을 얻었다. 터키는 EU에 가입하려고 사형제를 폐지하는 등 법과 제도를 개선해 왔다.

◆멀고도 긴 협상=EU 가입을 위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터키의 EU 가입까지는 멀고도 긴 협상이 남아 있다. 가입 협상은 최소한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상들은 “가입 협상이 시작된다고 자동적으로 가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협상 도중에라도 터키의 정치·경제 개혁이 미흡하고 가입조건이 맞지 않으면 협상이 중단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이며 미국의 이라크정책을 지지한 터키에 대해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은 EU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은 강력한 유럽 통합 논리에 반대하면서 보다 많은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지지해 왔다.

반면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키프로스 등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다. 특히 강력한 유럽 통합을 주장해온 프랑스는 터키의 EU 가입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투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인구 7000만명의 터키가 EU에 들어올 경우, 독일에 이어 인구가 2위가 돼 유럽의회 의석 수를 대거 배정받고 발언권이 세질 것을 꺼린다. 최빈국 터키가 EU에 가입할 경우, EU 지원금을 대거 빨아들이고 터키인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키프로스 문제=터키의 EU 가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키프로스 문제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남부와 터키계 북부로 분단돼 있다. 역사적으로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면서 그리스계 주민이 77%(60만명), 터키계 주민이 23%(18만명)를 차지한다. 1960년 독립 이후에는 그리스계와 터키계 간의 갈등이 계속됐다. 1974년 그리스와의 병합을 주장하는 친그리스 군부에 의해 쿠데타가 발생하자 터키는 터키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개입을 단행, 북부지역을 점령했다. 이어 1983년 ‘터키계 북키프로스공화국’ 독립을 선포했지만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올 4월 EU 가입을 앞두고 유엔이 제시한 통일안을 놓고 남북에서 각각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북키프로스는 찬성했지만 남키프로스에서 부결되는 바람에 통일은 무산됐다. 결국 올 5월 남키프로스만 EU에 단독 가입했다.

EU와의 가입 협상 시점을 결정하면서 EU 국가들은 터키에 대해 EU 회원국인 키프로스를 승인하라고 요구했다. 터키는 이를 거부하다가 결국 확대된 ‘앙카라의정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EU측과 타협했다. 확대된 ‘앙카라의정서’란 터키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시절 맺은 관세 협정을 키프로스 등 10개 신규 EU 회원국들에도 적용하는 의정서에 새로 서명하는 것을 말한다.

(파리=강경희특파원 [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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