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산앵도나무, 등칡, 부게꽃나무, 꿩의다리아재비(2부)
1부에서 계속...
'선갈퀴'는 아주 많았다.
1m를 전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풀꽃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겨우 뿌리치고 오르다가
일전에 각시괴불나무와 닮았으나 잎에 긴 털이 있는 것을 '절초나무'라고 했던
바로 그 절초나무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복장나무'가 이곳에서는
제법 눈에 띄었으나 열매를 보기는 어려웠다.
혼자보다는 여럿 피어 있는 게 더욱 멋지다.
오늘의 목표는 '등칡'의 암수 구별에 있었다.
그러나 꽃을 까봐도 암수의 뚜렷한 구별은 쉽지 않았고,
내 눈에는 죄다 양성화로 보였고,
실제로 모두들 열매를 맺어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수정이 되었거나 꽃이 시들 무렵에는 꽃의 화관부(주둥이)가 자주색을 띠고
암술로 보이는 것이 오므라드는 차이점이 있었다.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것이 헛된 생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이유로,
등칡의 암수꽃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정확하게 서술해놓은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쨌든 꽃을 까보다 보면
그 안에 있던 날파리들이 놀라서 도망가는 것을 곧잘 볼 수 있었고
그 날파리들을 노리고는 꽃 안에서 거미줄을 치며 사는
작고 빨간 거미가 기어나오는 것도 볼 수 있었고
그 거미가 먹고 버린 날파리 사체도 관찰된다.
나는 이 등칡이 정말로 암수딴그루인지도 궁금하지만
마치 식충식물의 꽃처럼 보이는 트럼펫 모양의 이 꽃이
혹시 작은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암수꽃을 구별해보다가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날파리가 살아 있는 채로
등칡 꽃의 암술대에 잡혀 있는 장면이었다.
암술대의 끈적거리는 부분에 붙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살아서 발꼬락을 꼼지락거리는 이 날파리가
혹시나 날아갈까봐 조심스레 사진을 찍고는
암술대에서 날개를 슬쩍 떼어서 날아가게 해줄 요량으로 툭툭 건드려봤지만
좀처럼 암술대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날개가 암술대에 붙은 게 아니라
등칡의 암술대가 오므려져서 날개를 꽉 붙잡고 있는 것이지 뭔가?
우연의 일치로 마침 날파리의 나개가 암술대에 붙었을 때
암술대가 오므라든 건지 모르겠으나
행동 잽싼 날파리가 식물인 등칡의 암술대가 오므라드는 스피드를 당하지 못해
저렇게 잡혀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등칡이
저 상태로 소화액을 분비해 날파리를 잡아먹는 건 아닐까?
아님 말구~!
'금마타리'는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태세였다.
등산로 옆에서 이걸 찍고 있자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견을 해대는지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그 주변에는 널린 게 다 산앵도나무였다.
청괴불나무와 함께 산앵도나무만 일부러 심어놓은 것처럼 많았다.
그렇다면 작년에는 내가 왜 이걸 못 봤다는 거야... 참내.
꽃부리 끝이 붉은색이 돌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것을 대여섯 그루 정도 발견했다.
작년에 왔을 때쯤이면 꽃이 피었을 텐데 못 보고 지나친 모양이었다.
'금강애기나리'는 참 찍기 좋은 피사체다.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하는 바람에
한국자생식물원을 가는 일은 끝내 포기한 채 4시까지 산을 좀더 오르기로 했다.
정상까지 가본 적이 있으나 지금은 별로고
다음에 붉은인가목이 필 때쯤에 다시 올라볼 것이다.
샛길로 한번 가봐야겠다 싶어서
내리막길 쪽에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아보니
'검은삿갓나물'이 허리가 부러질락 말락 놓여 있었다.
누군가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짓을 하기 위해
좀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흔히들 그럴 때 뭔가 특별한 식물을 발견한다고들 하고
또 그래야 나중에 얘깃거리가 되는 건데 하고 생각하며 혼자 웃는데
내가 내보내는 물줄기 바로 오른쪽에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꿩의다리아재비'가 있지 뭔가? ㅎㅎㅎ
꿩의다리아재비를 찍었다.
산을 내려오다가 '붉은병꽃나무'로 보이지만
꽃받침의 지름이 무척 크고 꽃받침의 갈래조각이 다르게 갈라지며
꽃의 길이가 작지만 지름은 큰 나무를 발견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눈붙인다고 해서 잠들었는데
이날따라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싶어 깼는데 그새 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모든 스케줄 취소하고 1주일만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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