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03) ... [23] 동경대
10. 동경대
사진 01. 동경대의 상징이라는 아까몽(赤門)
사진 02. 동경대 정문. 충격적일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다.
사진 03. 야스다 강당. 동경대의 중심에 해당하며 이 강당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이과 계열, 문과 계열 건물들이 도열 해 있다. 이 건물은 특히 일본 학생운동 괴멸이라는 아픈 역사적 가치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진 04. 또 다른 동경대의 상징이라는 三四郞池. 아주 유명한 일본의 근대소설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시쳇말로 떴다고 하며, 아까몽과 함께 동경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사실, 가서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연못인데...
아리아께 역에서 우리는 김은일 교수님 일행과 작별을 한다. 우리는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심바시 역에서 내려 거기서 연계되는 JR선을 타고 이찌가야 역에서 내렸다. 이곳에 내린 이유는 동경대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동경대 아까몽 앞에서 우리의 또 다른 인솔자이신 최권 교수님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동경대에 관한 특이한 점 두 가지. 하나는 이찌가야 역이면 동경대 코앞에 있는 역인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동경대의 위치를 모른다는 점이다. 동경대가 어떤 대학인데..! 서울 사람이 서울대 위치를 잘 모를 것이라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데, 동경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더욱 우리를 당황시켰던 건 이정표에 조차도 동경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 멀리 신림 사거리에서부터 도로 표지판에 서울대가 나타나고, 지하철역으로 아예 '서울대 입구 역'이 따로 있는 우리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기야, 사람이 자신과 관계있는 것들만 기억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서울대와 하등 관계없는 사람들조차 서울대를 아는 경우와, 동경대가 자신과 관계없다면 몰라도 되는 경우, 둘 중 후자 쪽이 더 정상으로 보이기는 하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해서 동경대를 코앞에 두고도 학교를 찾아가는 데 꽤 애를 먹었다.
특이한 점 두 번째는 동경대가 국립대임에도 불구하고 Tokyo National Univ. 라고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National을 쏙 뺀 채 그냥 Tokyo Univ. 이다. 그 이유가 참 궁금하다. 아무튼, 학교 앞에서도 사람들이 학교 위치를 모르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이름과도 다르고... 해서, 반 우스개로 우리가 아는 동경대랑 찾아가는 동경대랑 다른 데 아니냐고, 혹시 유사 이름 내새운 3류 학교 아니냐고 히히덕 거려보기도 했다.
어렵게 찾은 동경대 앞에서 최권 교수님을 뵈었다. 고려대학교 일문학과 교수로 계시다 1년간 휴식년을 받아서 당신이 유학생으로 몸담던 동경대에 잠시 와계신 것이다. 심우경 교수님과 한 동네 선후배였던 인연으로 인해 심교수님의 당부로 동경대 캠퍼스 안내를 해주게 되신 거다.
미국에서 돌아오신 심교수님과 조우할 때까지 1시간 여정도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의 캠퍼스 구경이었지만, 그 느낌만큼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가장 처음 접한, 동경대의 상징이라는 아까몽(赤門)에서부터 마지막에 접한 구마가이 교수의 사무실까지... 정말 옛날 냄새 풀풀~ 풍기는 구닥다리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뭐, 전통을 살리는 것 자체는 좋은 거다.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헌데 내가 색안경을 끼게 된 이유는, 최권 교수님을 통해 여기에 있는 건물의 대부분이 관동 대지진과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것을 새로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얘네들은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도 일부러 고풍스럽게, 낡은 모습으로 지었다는 얘기다. 의도된 전통.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에 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나는 이런 일본이 자꾸 무서워진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일단 고풍에 걸맞는 검소 분위기. 이건 확실히 쳐줘야 할 것 같다. 명색이 일본 최고의 명문 대학인데, 그런 티 전혀 안 낸다. 정문에서부터 건물 내부에 이르기까지, 사치와 짝을 이루는 허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마침 방문한 날이 학교 대청소 날. 학교 직원들과 함께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인 목격이었다. 그것이 전체의 모습이 아닌 일부라 한들, 우리에게 그런 일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를 두고 소속감이나 공동체 주의라는 긍정적인 해석으로도, 패거리 주의나 변질된 선민의식이라는 부정적 해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일단 내 눈에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사진 05. 동경대 캠퍼스. 사진 우측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이 날이 마침 학교 대청소 날인데,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청소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당신은 당신 모교 직접 청소 해 본 적이 있는가? (나두 없다.) 이래서 일본이 무섭다는 거다.


짧은 동경대 캠퍼스 구경을 마치고 약속장소에 오니, 심우경 교수님께서는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구마가이 교수 사무실로 직행, 심교수님께서 준비하는 10월 심포지움 이야기를 마친 후 뒷풀이를 가졌다. 1차는 간단하게(?) 동경대 앞의 작은 술집으로 갔다. 역시 일본 전통식 낮은 2층집 가옥인데, 빨간 등이 달리고 술집 입구에 너구리인 지 오소리인 지 모형이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그런 집이다. 여기서 일본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리지날 '사시미'를 먹었는데, 느낌이 묘했다. 회 자체야 나 역시 간장에 와사비 풀어 거기에 찍어먹는 데 익숙하니까(하지만 그래도 한국식으로 상추에 마늘, 고추, 된장까지 함께 싸서 먹지 못하는 점은 좀 아쉽다) 별 무리가 없었는데, 쯔끼다시로 나오는 각종 해산물들, 쭈꾸미나 조갯살까지 초고추장이 아닌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하니, 영 먹던 입맛이 아니라 어색했다. 초고추장, 참 훌륭한 소스인데... 1차 분위기가 달궈지자 자리를 옮겨 향한 2차 장소가 또 신쥬꾸다. 신쥬꾸의 한 한국인 분이 영업하는 가라오케(NORAN이다, 가게 이름이.)에서 한국 노래 실컷 부르다 왔다. 목이 터질 정도로... 도꾜에서의 공식 일정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사진 09. 구마가이 교수실로 향하는 건물 내부. 머리 위로 쇠파이프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행 중 어느 분이 처음 꺼낸 말처럼) 일제시대 고등형사실 지나가는 분위기다.
감알 마제스 삶의 향기 근검절약 견지와 여행 독백들의 공간. 깜장마녀 하우스 나무 친구들 adsl 도나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