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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백무동에서 천왕봉까지)


  2008년 1월 12일 밤 11시에 사당역을 출발한 버스가 다음날인 13일 새벽 4시경에 함양시 백무동 지리산 자락에 도착한다.

4시 10분 경에 백무동을 출발.^^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겠다는 열망으로 선두 그룹에 속하여 정신없이 산을 오른다.^^ 

방한복으로 완전 무장했던 일행들은 바람 한 점 없는 포근한 날씨에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하고.......

한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벗삼아 앞으로 앞으로 쉴새없이 나아가면서도 헤드랜턴 불빛에 의해 나타나는 눈꽃의 향연을 몸으로 마음으로 만끽한다.^^

날이 희뿌옇게 밝아오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환상적인 눈꽃들로 인해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는가 싶더니......"원래 아침 7시 30~40분 경이면 해가 뜨는데, 오늘은 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30분 정도 늦게 뜰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사부작 사부작 모드로 급선회한다.^^

이 멋진 눈꽃 터널들을 어찌 그냥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환상적인 눈꽃들을 보며......여지껏 이런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와아~~~~","하아~~~~","허어~~~~"한숨인지 탄성인지가 이 사람 저 사람 입에서 저절로 터져나오고.........해돋이 구경은 이제 뒷전이다.^^

언제 우리가 해돋이 구경을 하려고 했었나 의아할 정도로 걍 어슬렁 어슬렁.......완전 눈꽃 구경 산행 모드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모습의 세석 산장에 도착한 것이 아침 7시 35분 경.^^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환상적인......걍 그냥 그대로 엽서, 그냥 그대로 크리스마스 카드, 그냥 그대로 연하장, 그냥 그대로 달력이다.^^

앞서 가던 단비 님의 모습과 어우러진 눈꽃 속의 세석 산장은 신비로움 자체였다.^^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시겠다며 먼저 올라갔다 오신 머물고 님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고 세석 산장을 출발한 것이 아침 9시 경.^^

시원한 바람과 멀리 보이는 마루금이 환상적이었던 세석 평전을 지나 촛대봉에 도착한 시각이 9시 15분 경.^^

지리산에서 본 그 어떤 모습이 이보다 더 환상적이었을까??

내가 본 그 어떤 경관이 이보다 더 감동적이었을까???

솟대봉 정상에서 맛본 상쾌한 겨울 바람, 넘실대며 피어오르는 하얀 구름, 바닷물처럼 물결치는 마루금들..........눈물이 날 지경이다.^^

9시 30분 경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장터목 산장을 향한다.^^

이어지는 환상적인 눈꽃 축제.^^

머물고 님 마저 보이지 않고 이제 릿지와 둘 뿐이다.^^

무슨 노래였더라??? 내 입에서는 흥얼 흥얼 노래가 흘러나오고.....

릿지는 카메라를 꺼냈다 넣었다 하기 바쁘다.^^

그 와중에 내가 "나 잡아봐라~~~~"며 뛰기 시작하고 릿지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리기 시작.^^

눈덮힌 산길을 마냥 달린다.^^

강아지들처럼??? 아이들처럼.^^

함박눈보다 이쁜 함박 웃음을 머금고.^^

눈꽃 축제를 즐기며 연하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40분 경.^^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 곳을 올랐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만나는 모든 이가 반갑다.^^

연하 선경이라 일컬을 만큼 고사목이 유명하다더니....... 간간히 나타나는 고사목들의 모습이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장터목 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경.^^

푸른 솔님께 릿지의 무거운 베낭을 맡기고 11시 20분 경에 천왕봉을 향한다.^^

장터목 산장을 출발하면서부터 릿지가 숨이 벅차단다.^^

폐 수술한지 14개월 정도 되었나?? 속으로 무지 걱정이다.^^

힘들면 천왕봉은 포기하자고 하면서도......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다.^^

여기까지 와서 어찌 천왕봉을 안가보고 그냥 내려갈 것임이오~~~

내 마음만 그렇겠는가??? 릿지 또한 마찬가지일 터.^^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건만.....올라가 보잔다.

제석봉 고사목 군락지를 오르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이러다 쓰러지면????

심폐 소생술과 인공 호흡법에 대해 회사에서 받은 교육을 상기해 본다.^^

인공 호흡을 몇 번 하고, 심장 마사지를 몇 번하라고 했더라???

이 둘을 세트로 몇 번씩 하라고 했었는디......방법은 알겠는데 횟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잘 좀 기억해 둘껄~~~~

머리속으로는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하는 방법 떠올리느라 애쓰면서도 사진 찍을 거 다 찍고......농담할 거 다 한다.^^

그대신 무지하게 천천히.......이보다 더이상 천천히 갈 수는 없을 만큼 천천히 오름을 계속한다.^^

이렇게 무지하게 천천히 천천히 올라 제석봉 고사목 군락지 전망대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45분 경.^^

전봇대같은 내 다리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는지....... 무릎이랑 발목이랑 발바닥........이것들이 서로 서로 자기가 더 많이 아프다며 아우성이다.^^

숨이 차다는 릿지 걱정에......내 다리 아프다는 걸 핑게삼아...... 무던히도 천천히 천천히 오른 결과 천왕봉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30분 경.^^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는 증명 사진 한 장 찍기 위해......정상석 주변에 바글 바글 모여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간다.ㅎㅎㅎ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정상에서는 여유를 좀 부려봐야쥐~~~~

대충 걸터앉아..... 남아있던 커피와 육포를 처리한다.^^

천왕봉을 떠난 것이 12시 45분 경.^^

하산에 특히 약한 나는 여전히 버벅댄다.^^

이제 릿지 걱정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빨리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햇살은 여름 햇살, 어쩌다 한 번 불어주는 바람은 여름날의 포근한 바람.^^

그런데도 옷을 벗을 생각도, 모자를 벗을 생각도 못한다.^^

벗을 시간있으면 그 시간에 한 발자욱이라도 더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빨리 걷는다고 무진 애를 썼음에도........장터목 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25분 경.^^

선두는 일찌감치 하산을 했고, 중간 그룹도 10분 전쯤에 하산을 시작했단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릿지는 밥 먹을 생각이 없다.^^

밥 안먹으면 귀에서 윙~~윙~~소리가 나면서 아무것도 못하는데......하물며 어찌 4시간 동안의 하산을?????

릿지는 내 하산 속도가 너무 늦으니.....점심먹지 말고 바로 떠나잔다.

흐미~~~~뭣이여????? 굶은 한 끼를 언제 찾아 먹으라고????

그렇다고....... 밥 먹고 가자고 마냥 조를 수가 없는 입장.^^

내 하산 속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어쩐다요?????

눈치만 살살 보고 있는데......단비님이 밥 안먹고는 도저히 못내려간단다.^^

군자님도 한 마디 거드신다. "라면 끓여먹어봐야 20분 밖에 더 걸리냐"고.....^^

릿지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나는 얼른 취사장으로 향한다.^^

눈물겨운 라면 한 그릇 얻어먹고 1시 50분 경에 하산을 시작한다.^^

내 생애 이렇게 빠른 하산은 없었다.^^

내 생에 이렇게 빠른 하산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앞장을 선 릿지, 그 뒤를 따르는 단비님, 헌터님, 풀빛표범님 모두 뛰다시피 내려간다.^^

가뜩이나 버벅대는 내 뒤에서 후미를 맡은 군자님은 얼마나 속이 탔을까????

평평한 땅이 나오면 일단 뛰고......겁나는 곳에서는 버벅대기를 거듭하는 그 와중에........사진 한 장 찍자는 군자님 말씀에 급 빵긋.^^

후미로 가더라도 할 건 다 해야 한다는 군자님 말씀에 내달음을 멈춘 이들이 단체 사진 한 방.^^

나만 힘든 줄 알았더니.....모두들 넉다운 상태다.ㅎㅎㅎㅎㅎㅎ

"토토님~~사진 한 장 더 찍어요~~"라는 군자님 말씀에......

"안돼요~~", "싫어요~~" 하며 고개까지 가로 저으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쌩쌩~~~~~ㅎㅎㅎㅎ

내.....원...... 참......내가 사진찍히기를 마다하게 될 줄이야~~~~ㅎㅎㅎㅎ

내 생애 한 귀퉁이에 이런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ㅎㅎㅎㅎ

버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다른 님들 생각에 사진이고 뭐고.......생각할 만한 겨를이 없다.

발을 헛딛는 바람에...... 바위에 오른쪽 다리가 낑겼다 빠지면서 무진장 아픈데도 "아야~~~"하는 한 마디 비명을 내지르고는 그냥 내달린다.^^

약 5분 정도 찔뚝거리며....^^ 이러다 민폐끼치는 거 아닌가 걱정해가며.....^^

바로 앞에 릿지가 있었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텐데......ㅎㅎㅎㅎ

엄살 꽤나 부리며 시간 꽤나 잡아먹었을 텐데.......ㅎㅎㅎㅎㅎ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50분 경.^^

버스에 올라타 옷을 벗으니 내복은 물론 내피와 겉옷까지 축축하다.^^

목에 둘렀던 마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젠 벗을 시간도, 옷 벗을 시간도, 사진찍을 시간도 아끼고 아껴 하산한 덕분에....... 계획했던대로 오후 5시 경에 서울을 향할 수 있었다.^^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상태.^^

버스에서 내려 전철타려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장난이 아니다.

어디가 고장이 나도 단단히 고장났다 싶다.

적어도 일 주일은 끙끙 앓을 줄 알았다.^^

다음날 일어나니 뻐근하기만하고 아무렇지도 않다. 내 다리가.^^

계양산만 올라갔다 와도 일주일 이상 쩔뚝대던 내 다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다냐?????


감알 마제스 삶의 향기 근검절약 견지와 여행 독백들의 공간. 깜장마녀 하우스 나무 친구들 adsl 도나코
2009/09/10 12:05 2009/09/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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